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유언장 작성법: 실제 사례로 알아보는 현실적인 준비 팁

우리가 살아가며 남기는 자산은 더 이상 오직 물리적인 것만이 아니다. 수십 개의 온라인 계정, 수천 장의 클라우드 사진, 블로그에 쌓인 글과 유튜브 채널, SNS 계정, 암호화폐 지갑, 웹하드 속 문서, 온라인 포인트, 게임 아이템까지. 이 모든 것이 사망 이후에도 남아 있는 디지털 유산이다.

과거에는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만 상속 대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디지털 공간에 남은 흔적들도 실질적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특히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채널, 고가의 NFT, 암호화폐 지갑에 담긴 코인은 금전적 가치가 명확한 ‘상속 대상’이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보안으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어, 사망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나면 가족조차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가족이 고인의 유튜브나 아이클라우드, 암호화폐 지갑에 접근하지 못해 자산을 잃거나, 중요한 자료를 복구하지 못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디지털 유산을 유언장에 명확히 포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유언장 작성의 필요성과 실제 사례, 작성 시 유의할 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디지털 유산을 유언장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

 

현행 한국 민법에서는 유언장을 통해 본인의 사망 이후 재산 분배와 관련된 의사를 법적으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언장에는 디지털 유산이 빠져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디지털 유산이 오히려 더 복잡하고, 더 위험한 자산이 된다. 예를 들어 구글 계정에는 이메일, 드라이브 문서, 유튜브 채널, 광고 수익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해당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면 고인의 수익, 개인정보, 추억, 업무 기록 모두를 잃게 된다. 그뿐 아니라, 고인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계정이 삭제되거나 방치될 수 있다.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디지털 유산을 명시하는 경우, 가족이 해당 자산을 정리하는 데 있어 법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에 요청서를 제출할 때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나의 구글 계정(gmail@gmail.com)에 포함된 데이터와 유튜브 채널은 A에게 상속되며, 해당 계정에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수익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식의 명시가 있다면, 유족은 이 유언장을 근거로 플랫폼 측에 접근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유산은 때로 감정적인 상속 대상이 되기도 한다. 클라우드에 남긴 사진과 메모, 블로그 글, SNS에 쌓인 일상 기록은 금전적 가치를 넘어서 남겨진 가족에게 삶의 기억으로 전달되는 자산이다. 그러므로 유언장에서 어떤 기록은 삭제해주길 바라는지, 어떤 계정은 유지되었으면 하는지를 함께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사례로 본 유언장 부재로 인한 디지털 유산 상실

디지털 유산 정리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서울의 한 가족이 겪은 일이다. 평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 이 유튜브 채널은 월 1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었고, 약 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소형 채널이었다. 문제는 유언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인의 가족은 해당 구글 계정의 비밀번호도, 2단계 인증 장치도 알지 못했다. 구글에 문의했지만, 구글은 사망진단서 외에도 법원의 명령서와 유언장 사본 등 공식 문서 없이는 계정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가족은 결국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처리 기간만 수개월이 소요됐고 그 사이 채널은 장기 미사용 상태로 인해 수익이 중단되고, 조회수가 감소하면서 사실상 자산 가치가 반감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다른 사례는 애플 아이클라우드에 가족사진을 보관했던 60대 여성의 사례다. 이 여성은 자녀들의 성장 기록, 가족여행 사진 등을 아이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었고, 남편은 이를 백업받지 못한 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생전에 유언장이나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은 사진 복구를 위해 애플에 요청했지만 액세스 키와 유언장, 법원 명령이 모두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결국 가족사진의 절반 이상은 영영 복구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접근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준비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단 한 줄의 유언장이 있었다면, 가족은 고인의 삶을 더 온전히 정리하고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디지털 유산 유언장을 쓸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핵심 내용들

디지털 유산을 유언장에 포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내 온라인 자산을 자녀에게 상속한다"는 문장만으로는 플랫폼 측이나 법원이 상속을 명확히 인정하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계정의 종류, 저장된 데이터, 접근 방식까지 최대한 명확히 적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유언장에는 구체적인 계정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 계정(gmail@gmail.com)”, “아이클라우드 계정(apple@icloud.com)”, “네이버 계정(abc@naver.com)”처럼 계정마다 어떤 이메일로 등록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기재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중에 유족이 해당 플랫폼에 계정 상속을 요청할 때 법적 명분이 생긴다.

두 번째로, 각 계정에 어떤 정보가 들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온라인 계정’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구글 계정에는 유튜브 채널 및 광고 수익, 구글 드라이브 문서, 사진 백업 파일이 포함됨”처럼 실제 자산의 종류와 중요도를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처럼 내용을 구체화하면 유족이 어떤 자산을 물려받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플랫폼 측에도 강한 설득력이 된다.

세 번째는 누가 그 자산을 상속받을지를 명확히 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계정에 포함된 데이터 및 수익 권한은 첫째 자녀 김OO에게 상속하며, 관리 권한 역시 동일하게 위임함”처럼 수익과 관리의 주체를 함께 명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유튜브, 블로그, 웹소설, 음악 플랫폼 등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은 반드시 관리자 지정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 각 계정의 삭제 또는 보존 여부에 대한 개인적인 의사도 함께 남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계정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여 유지하되, 메시지함은 삭제를 원함” 혹은 “블로그는 일정 기간 이후 비공개 처리해 주길 바람”과 같이 본인의 의사를 미리 적어두면 유족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법적 강제력이 생기지는 않더라도, 가족이 판단을 내릴 때 큰 기준이 된다.

다섯 번째는 접근에 필요한 정보들을 어떻게 전달할지 계획하는 것이다. 유언장에 직접 비밀번호나 OTP 백업 코드를 적는 것은 보안상 위험하므로, 그런 정보는 별도로 정리한 문서에 기록하고, 유언장에는 “접근 정보는 별도 문서로 보관 중이며, 금고 또는 지정된 USB 안에 있음”이라고만 간접적으로 안내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이렇게 하면 정보 유출을 막으면서도 상속 실행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높이기 위해 공증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디지털 유산은 여전히 법적 해석이 갈리는 영역이기 때문에, 자필 유언장보다 공정증서 방식으로 작성하거나, 법무사 또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전문 유언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유산을 유언장에 포함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구체적인 계정·자산·의사·수령인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준비한다면 내가 떠난 뒤에도 내 삶의 기록은 혼란 없이 잘 정리되고, 가족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유산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