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온라인 계정을 사용한다. 이메일로 업무를 보고,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SNS를 통해 가족 및 친구와 소통한다. 하지만 내가 사망한 뒤 이 계정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매우 강력한 보안 정책을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시스템은 내가 사망했을 경우에도 유지된다. 그 결과, 가족이나 지인이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가 되어버렸다.
특히 그 계정 안에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거나, 클라우드에 중요한 가족 사진이나 문서가 저장되어 있다면, 단순한 정보 유실이 아니라 디지털 유산의 완전한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구글, 애플, 메타(페이스북)에서 운영하는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내가 생전에 어떤 준비를 해두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구글(Google)의 사망자 계정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 사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
구글은 사망한 사용자의 계정을 가족이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 기능의 이름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구글이 이를 ‘비활성 상태’로 판단하고, 미리 지정해둔 사람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거나 계정을 삭제해주는 구조다.
내가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먼저 ‘설정’ 페이지에 접속해서, 몇 개월간 로그인이 없을 때를 기준으로 계정을 비활성화로 간주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내가 신뢰하는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고, 어떤 데이터(Gmail, 구글 포토, 유튜브 등)를 공유할지 선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계정 자동 삭제’ 여부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기능을 생전에 설정하지 않고 사망하게 된다면, 가족은 내 계정에 접근하기 위해 구글에 복잡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의 명령서까지 요구되며, 구글은 사용자 개인의 비밀번호를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사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가족이 내 구글 계정을 복구하거나 열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애플(Apple)의 사망자 계정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지정해야 한다
애플은 2022년부터 ‘디지털 유산 연락처(Digital Legacy Contact)’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은 애플 ID에 등록된 사진, 메모, 문서 등을 사망 후 가족이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지정해두는 제도다. 다만 이 기능은 iOS 15.2 이상이나 macOS Monterey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이 기능을 설정하려면, 아이폰의 ‘설정’ 메뉴에서 Apple ID 항목으로 들어간 후, ‘비밀번호 및 보안’으로 이동해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서 가족이나 친구 중 한 명을 지정하고, 상대방에게 ‘액세스 키’를 전달하면 된다. 이 키는 사망 후 애플의 전용 웹사이트에 접속해 인증 과정을 거칠 때 사용된다.
사망자가 생전에 이 기능을 설정해 두었다면, 가족은 액세스 키와 사망진단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메모, 문서, 연락처, 캘린더 등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애플은 사용자가 생전에 구입한 앱, 영화, 음악 등 라이선스 콘텐츠는 공유하지 않으며, 비밀번호 관리자 기능인 ‘iCloud Keychain’도 접근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망자가 생전에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설정해놓지 않았다면, 가족이 아무리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어도 해당 애플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애플은 보안 정책에 따라 계정을 폐쇄하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페이스북(Facebook)의 사망자 계정 디지털 유산 처리 방식: 추모 계정 지정이 핵심
페이스북은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완전히 삭제하는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한다. 사망자가 생전에 이를 설정해 두었다면, 가족이나 친구 중 한 명을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로 지정해 그 사람이 사후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 기능을 설정하려면 페이스북 계정의 설정 > 개인정보 > 계정 소유권 및 제어 > 사망 시 계정 관리 메뉴에서 유산 연락처를 지정하면 된다. 유산 연락처로 지정된 사람은 사망 이후 고인의 프로필에 고정된 글을 작성하거나, 친구 요청을 수락하고,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는 등의 제한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유산 연락처가 지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가족은 사망진단서를 제출해 페이스북에 계정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추모 계정 전환은 불가능하고, 계정은 완전히 삭제된다. 또한 메신저 메시지나 로그인 기록, 개인 정보는 유산 연락처에게도 제공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이 시스템을 통해 사망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려 하며, 동시에 유족들이 고인을 온라인상에서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추모 계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전에 설정이 필요하다.
사후 계정 처리는 생전 준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지금까지 구글, 애플, 페이스북의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가 생전에 사전 설정을 하지 않으면, 가족조차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각 플랫폼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이유로, 사망 후에도 계정 접근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계정이야 어차피 없어지겠지’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메일 하나, 클라우드 사진 하나, 유튜브 영상 하나에도 고인의 흔적과 감정, 그리고 자산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유산 정리는 생전부터 시작해야 하며, 내가 사용하는 주요 플랫폼들의 사후 계정 정책을 이해하고, 직접 설정해두는 것이야말로 가족에 대한 책임 있는 배려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사용하는 계정을 점검하고, 사후 설정 기능이 있다면 바로 적용해 두자. 유언장이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향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내 삶이 끝난 이후에도 남겨질 수밖에 없는 디지털 흔적들 이제는 그것도 내가 책임지고 정리해야 할 유산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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