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이메일을 주고받고,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며, 온라인 쇼핑을 하고, 간편결제로 물건을 결제한다. 또 어떤 사람은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때로는 비트코인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온라인으로 관리한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들이 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지만, 대부분은 이 정보들이 죽은 후에도 남는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문제는 이들 디지털 자산이 단순히 ‘기록’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메일 한 통에는 금융 정보가 들어 있고, 클라우드에는 민감한 문서나 가족 사진이 저장돼 있으며, 암호화폐 지갑에는 상당한 재산 가치가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소중한 정보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면, 사망 이후 가족은 이 자산에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영구적으로 상실되는 경우도 생긴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오늘 이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있는지, 그 자산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지금 당장 정리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디지털 유산, 이메일 한 통이 가진 의외의 가치
이메일은 가장 오래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이메일에 담겨 있다. 나는 이메일을 통해 금융 계좌 인증, 쇼핑 내역 확인, 각종 웹사이트 가입, 비밀번호 재설정, 항공권 예약, 병원 진료 이력까지 관리한다. 이 말은 곧, 내가 사망한 뒤 가족이 내 이메일에 접근하지 못하면 내가 사용하던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특히 Gmail과 같은 이메일 계정은 여러 서비스와 ‘통합 로그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구글 포토, 구글 드라이브, 구글 캘린더, 구글 문서 등 수많은 기능이 한 계정에 연결돼 있다. 여기에 저장된 사진, 메모, 문서, 심지어 유언장 초안이나 민감한 개인 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메일 계정은 생전에 특별히 설정해두지 않으면, 사망 후에도 가족이나 법적으로 위임된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내가 죽었어도 2단계 인증은 그대로 살아 있고, 휴대폰 인증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메일이 단순한 소통 도구가 아니라, 내 디지털 자산의 관문이자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유산, 블로그·SNS·클라우드에 담긴 가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추억을 공유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활동들이 콘텐츠 자산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이라면 애드센스 광고 수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와 조회수가 쌓이면 광고 수익과 더불어 브랜디드 콘텐츠 계약, 채널 판매 가치까지 생긴다. 인스타그램 역시 팔로워 수가 많으면 협찬 광고를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브랜드 자산이다. 이처럼 평범해 보이는 디지털 콘텐츠들이 점점 실질적인 금전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다. 나는 사진, 동영상, 문서, 계약서, 보험 파일 등 수많은 자료를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등에 저장한다. 그런데 이 클라우드 계정은 보통 개인 인증 기반이라 가족조차 접근이 어렵다. 고인의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은 가족의 추억이자 디지털 유산의 핵심일 수 있다. 하지만 사전 조치 없이 사망하게 되면 이 모든 자료는 복구가 불가능해진다.
즉, 블로그 글 한 편, 유튜브 영상 하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지 오래된 사진 한 장조차도 고인의 흔적이자, 금전적·감정적 가치를 함께 가진 디지털 자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간과한다.
암호화폐·NFT·디지털 금융자산은 실제 ‘현금’이다
디지털 자산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돈’에 가까운 것은 암호화폐, 디지털 지갑, 주식 앱 계좌, P2P 투자 플랫폼, NFT 자산이다. 이들 자산은 오프라인에서 실체가 없고, 계정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밀번호와 복구 방법을 알지 못하면 절대 접근할 수 없다.
특히 암호화폐는 특성상 탈중앙화되어 있고, 고객센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자가 사망하고 복구 키(key)를 남기지 않았다면 영구적으로 자산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가 사망자의 지갑에 묶여 사라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디지털 자산의 금융화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블로그 수익, 유튜브 광고 수익, 웹소설 저작권료, 음원 수익, 디지털 그림 NFT, 메타버스 부동산 등은 모두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수익이 들어오는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면, 유족은 단 1원도 상속받지 못한다.
금융자산은 법적으로 상속 대상이 되지만, 접근 방법과 계정 정보를 남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직접 사용하는 앱, 지갑, 투자 플랫폼을 정리하고, 복구 수단을 안전하게 전달해두는 것만이 이 자산을 온전히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디지털 유산은 이미 자산이며, 지금 정리해야 한다
디지털 유산은 이제 ‘부가적인 정보’나 ‘추억’의 수준을 넘어선다. 이메일에는 금융 정보가 들어 있고, 블로그와 SNS는 콘텐츠 자산이 되며, 암호화폐는 명확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모여 나의 새로운 형태의 유산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실제로 체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망 후 가족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하지 못해 고통을 겪거나, 수천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잃어버린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 사전 준비 부족으로 비극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금 이 순간, 내 디지털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분산되어 있는지 목록을 만들고, 계정 정리를 시작해보자. 중요 계정의 복구 방법, 로그인 정보, 연결된 금융계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디지털 유산도 물리적 자산처럼 가치 있게 관리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지금 당장 디지털 유산의 가치를 직시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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