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을 준비할 때 유언장, 금융자산, 부동산 등 물리적인 재산만 정리한다. 하지만 정작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만들어지고, 쌓이고, 활용했던 수많은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자산들이다. 구글 계정, 애플 ID,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 전자지갑, 메모 앱, 클라우드, 쇼핑몰 아이디 등은 내가 사망한 이후에도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계정들이 남아서 유족에게 혼란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고, 때로는 상속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는 사망자의 계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안 강화를 위해 이중 인증이나 생체인식이 적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가족조차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디지털 자산을 생전에 미리 정리하거나 계획하는 것은 남겨진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필수적인 사전 준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남긴 온라인 계정, 어디까지 있을까?
사람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온라인 계정의 종류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대부분은 이메일 계정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Gmail, Naver, Daum, Outlook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메일을 사용하며, 이 계정에는 수많은 정보가 저장된다. 온라인 쇼핑몰 아이디, 금융정보, 회원가입 이력 등이 모두 이메일을 통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SNS 계정은 그다음으로 중요한 디지털 자산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 유튜브 등에는 나의 사진, 글, 댓글, 친구 목록, 채팅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모든 콘텐츠는 내가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타인에 의해 유출되거나, 방치되거나, 추모 되지 못한 채 떠돌 수 있다.
클라우드 저장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등에 보관한 문서, 사진, 음성메모 등은 중요한 개인 자료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유서나 민감한 기록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왓챠 같은 OTT 계정, 쿠팡, 11번가 같은 쇼핑몰 계정, 게임 계정, 암호화폐 지갑까지 포함하면 그 종류는 수십 개가 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문제들
디지털 자산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정보 보안 문제다. 해킹, 피싱, 스팸 공격은 사망자의 계정이 더욱 취약하다. 활동이 없고 비밀번호가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사망자의 계정이 해커들에 의해 스팸 발송에 사용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도 있다.
둘째는 가족들의 정서적 혼란이다. 고인의 생일을 SNS가 자동으로 알림으로 띄우거나, 예전의 대화 기록이 AI 추천 메시지로 표시될 경우, 가족들은 불쾌감과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가족은 계정을 남겨 추억하고 싶어 하지만, 어떤 가족은 빠르게 정리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셋째는 상속 관련 분쟁이다. 디지털 자산 중에는 실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도 존재한다. 블로그 수익, 유튜브 광고 수익, 암호화폐, NFT 등은 실질적인 재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고인이 생전에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남겨놓지 않았다면, 유족 간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암호화폐는 복구 키(key)나 지갑 접근 방법이 없으면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는 특성이 있어 반드시 사전 정리가 필요하다.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정리하는 방법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전의 계획과 정리 습관이다.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가진 주요 계정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메일, SNS, 금융, 클라우드, 콘텐츠 플랫폼 등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두면 계정 구조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두 번째는 중요한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기록해두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안’이다. 종이에 적어서 금고에 보관하거나, 비밀번호 관리자 앱(예: 1Password, Bitwarden 등)을 활용해 가족에게 지정된 접근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각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후 계정 처리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일정 기간 활동이 없으면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알림과 접근 권한을 제공한다. 애플도 ‘디지털 유산 연락처’ 기능을 통해 사망자 계정에 가족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 설정이 가능하며, 사망 증명서가 있다면 계정을 삭제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변호사를 통해 정식 유언장에 포함할 수도 있고, 별도로 작성한 유서나 문서에 계정 목록과 원하는 처리 방식을 기록할 수도 있다. 이 문서를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법률 대리인에게 전달해 두면 사후에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디지털 유산 정리는 이제 필수다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현대인의 필수 상속 요소다. 과거에는 부동산, 예금, 자동차 같은 물리적인 재산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데이터와 계정도 고인의 삶과 자산을 상징한다. 내가 평생 쌓아온 온라인 활동이 아무 조치 없이 사라지거나 방치된다면, 그것은 나의 삶을 올바르게 정리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이다.
디지털 유산 정리는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삶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내가 어떤 서비스를 주로 사용했고, 어디에 사진을 저장했으며, 어떤 활동을 이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자기 성찰이 가능하다.
이제는 누구나 하루 빨리 디지털 자산을 목록화하고, 계정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나의 삶을 기록한 흔적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 디지털 유산은 사회적 시스템과 법률적으로도 정비될 것이지만, 그 전에 개인의 주도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 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유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사후 계정 처리 정책 정리 (2025년 기준) (0) | 2025.06.26 |
---|---|
디지털 유산을 위한 사전 준비 체크리스트: 사망 시 가족이 내 계정에 접근하려면 필요한 정보들 (0) | 2025.06.26 |
가족이 내 온라인 계정을 못 찾는 이유: 디지털 유산 분실 사례로 보는 현실과 교훈 (0) | 2025.06.26 |
평소에 몰랐던 디지털 유산의 가치, 이메일부터 암호화폐까지 (0) | 2025.06.25 |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내 사후에도 남는 나의 온라인 흔적들 (1) | 202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