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무단 사용했을 때의 법적 대응 방법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물리적인 유산만을 남기지 않는다. 사망자는 생전에 이메일, 블로그, SNS, 영상 콘텐츠, 클라우드 문서 등 다양한 디지털 유산을 남긴다. 이러한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삶과 생각, 창작 활동이 담긴 자산이며 사후에는 유족에게 상속되는 권리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는 쉽게 복제되거나 무단 사용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타인에 의해 임의로 유포, 편집, 상업적 활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글은 타인이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무단 사용했을 때 유족이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방안을
저작권, 명예훼손, 개인정보, 플랫폼 규정의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리한다.
디지털 유산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
고인이 남긴 블로그 글, 사진, 그림, 영상 등 창작물은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저작권 보호 대상인 디지털 유산에 포함된다. 대한민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창작자의 사망 이후에도 70년간 저작권이 유지되며 그 권리는 법정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이전된다.
이때 제3자가 고인의 콘텐츠를 유족 동의 없이 SNS에 재업로드하거나 영상 클립을 편집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혹은 블로그 글을 표절하거나 복사해 게시할 경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유족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 침해 사실 증거 확보: 원본과 복제본을 비교한 화면 캡처, 게시 시간, URL 등
-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라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
- 유튜브, 블로그, SNS 플랫폼에 DMCA 신고 및 저작권 침해 신고 접수
특히 고인의 콘텐츠가 명확한 원작성을 갖고 있는 경우 그 저작권 침해에 대한 입증은 비교적 용이하다. 따라서 유족은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보호하는 실질적 권리자로서 법적 절차를 통해 침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
디지털 유산을 왜곡하거나 조롱할 경우의 명예훼손 대응
고인의 디지털 유산이 저작권 침해를 넘어서 왜곡된 형태로 가공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될 경우 이는 사망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대한민국 형법 제308조에 따르면 사자(死者)도 명예훼손의 보호 대상이 되며 유족은 고인을 대신해 고소할 권리를 가진다. 즉 타인이 고인의 SNS 게시물, 블로그 글, 영상 콘텐츠 등을 조롱, 비하, 악의적 편집, 허위사실 추가 등의 방식으로 무단 활용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유족은 조작되거나 왜곡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저장하거나 댓글, 캡션, 제목 등에 포함된 비방적 표현이나 허위사실을 수집하고, 경찰서 또는 검찰청에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수 있으며 플랫폼 운영자에게 게시물 삭제 요청 및 게시중단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인의 사망 이후 악성 댓글과 왜곡된 디지털 콘텐츠로 인해 유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이로 인해 디지털 유산은 추모의 공간이 아닌 고인을 두 번 죽이는 ‘2차 사망’의 장소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고인의 디지털 유산에 포함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 대응
고인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사진, 가족 정보, 위치 기록 등은 모두 개인정보 또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디지털 유산이다. 이러한 정보가 제3자에 의해 무단 공개되거나 의도적으로 SNS·커뮤니티 등에 유포될 경우 유족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생존자에게 적용되지만 사망자의 정보도 제3자의 행위로 인해 유족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유족의 초상권, 정신적 권리까지 침해되는 상황이라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대응 절차는 고인의 개인정보가 유포된 게시물, 댓글, 링크 등을 저장하고 유포자가 특정될 경우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신고한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중단을 요청하고 플랫폼 고객센터 또는 법무팀을 통한 삭제 및 제재 요청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유산이 포함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고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사생활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족은 즉각적인 삭제 요청과 법적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유산 보호 절차와 대응 방식
디지털 유산이 침해되었을 때 유족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기 전 해당 콘텐츠가 게시된 플랫폼을 통한 조치가 효과적일 수 있다.
국내외 주요 플랫폼은 사망자의 계정이나 콘텐츠에 대해 특별한 처리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며, 유족은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플랫폼별 디지털 유산 관련 대응 방식이다
- 구글/유튜브: 사망자 계정에 대한 콘텐츠 삭제 요청, 계정 접근 신청, 저작권 침해 접수 가능
- 네이버/카카오: 고인의 메일, 블로그, 카페 글 등 삭제 요청 및 유족 인증 시스템 운영
-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추모 계정 전환, 계정 삭제 요청, 사자 명예 보호 관련 문의 가능
- X(트위터): 사망자 콘텐츠 신고 및 모욕 게시물 삭제 요청 가능
이러한 플랫폼 대응은 법적 절차보다 빠르며 특히 긴급한 콘텐츠 차단이나 악성 댓글 대응에 효과적이다. 단 요청 시에는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이 필요하므로 미리 서류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디지털 유산의 권리는 사망 이후에도 보호받아야 한다
디지털 유산은 고인의 삶의 흔적이자 창작의 결과물이므로 그 권리는 사망 이후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정당한 자산이다. 타인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왜곡, 유포, 조롱하는 행위는 단지 법적 침해가 아니라 고인의 명예와 유족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유족은 침해 상황에 맞춰 저작권법, 형법, 개인정보보호법, 플랫폼 규정 등을 적극 활용해 고인의 유산을 지킬 수 있는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법적 관계의 시작이다. 그 안에서 고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기억을 존중하고, 존엄을 지키는 사회적 책무다.